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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10, 2019

직업을 말하라는 재판장의 요구에 대해 그는 간단히 답변한다. "프롤레타리아." 이 답변에 대해 재판장은 곧바로 "그건 직업이 아니잖아"라고 반박하지만, 피고는 즉각 다음과 같은 응수한다. "그것은 노동으로 연명하고 정치적 권리를 갖지 못한 3천만 프랑스인들의 직업이오." 그러자 재판장은 서기에게 이 새로운 '직업'을 기록하도록 지시한다. 이 두 개의 응답으로 정치와 치안 사이의 갈등을 집약해볼 수 있다. 이 장면에서 모든 것은 직업이라는 같은 단어의 의미를 이중으로 받아들이는 데 달려 있다. 치안의 논리를 구현하는 검사에게 직업은 일자리를 의미한다. 즉 그것은 어떤 신체를 그의 자리 및 그의 기능에 따라 위치시키는 활동이다. 그런데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프롤레타리아는 어떤 직업도 가리키지 않으며, 기껏해야 비참한 육체 노동자가 처해 있는 막연하게 정의된 어떤 처지를 가리키는데, 어떤 측면에서 보든지 이것은 피고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하지마 혁명적 정치의 관점에서 블랑키는 같은 단어에 상이한 의미를 부여한다. 직업은 어떤 집단에 속해 있다는 고백이자 선언이다. 다만 이러한 집단은 아주 특수한 본성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블랑키가 자신이 속해 있다고 고백한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결코 어떤 사회 집단과 동일시될 수 없다. 프롤레타리아는 육체 노동자도 노동자 계급도 아니다. 프롤레타리아는 자신들을 셈해지지 않은 이들로 셈하는 선언 자체 속에서만 존재하는 셈해지지 않은 이들의 계급이다.

   

- 자크 랑시에르, <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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