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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3, 2019

나는 성화 봉송의 마지막 주자였다. 마지막 주자는 건네받은 성화를 들고 정해진 시간 안에 장애물들을 통과해 성화대에 불을 옮겨 붙이도록 되어 있었다. 밤이었다. 얼마간의 경로를 달려온 성화가 드디어 마지막 장소에 도착했다. 나는 성화를 건네받았다. 실패할지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이 성화의 불꽃을 따라 피어올랐다. 으레 느낄 법한 긴장과는 확실히 달랐다. 꼭 실패할 것만 같았다. 성공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분명한 예감이 들었다. 장애물을 넘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내내 불안이 발목에 뒤엉켰다. 나는 여러 차례 망설였다. 망설이며 뛰었다. 어느새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 놓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관문을 향해 뛰었지만 제시간에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어쩐지 알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달렸고 관문 바로 앞까지 도착했고 시간이 다 되어 문은 닫혔다. 내가 바로 문 앞에 도착한 순간이었다. 성화 봉송을 지켜보던 관중들이 술렁였다. 내 앞까지 달려와 마지막 봉송을 지켜보고 있었던 다른 주자들도 당황했을 것이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실패를 목격한 사람들의 당혹스러움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 일순 마비된 것처럼 보였다. 텅 빈 공황이 밤의 광장에 내려앉았다. 나는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없었다. 나는 이 실패를 알고 있었다. 달리는 동안 망설이며 주춤거릴 때마다, 의심에 붙잡혀 걸음이 느려지던 순간마다 바로 그 망설임 때문에 꼭 그만큼의 시간이 모자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눈앞에서 서서히 닫혀가는 관문을 보았을 때 당장에라도 몸을 던지면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이번에도 나는 몸을 던지기보다 몸을 던질지, 몸을 던진다면 어떻게 뛰어들지, 뛰어든다면 정말 통과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나는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했고 불은 제때에 이어지지 못했다. 올림픽 역사 상 성화 봉송이 실패한 첫 번째 장면이었다. 나는 성화를 들고 닫힌 관문을 바라보며 혼자 서 있었다.

   

- 에릭 베크너,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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