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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8, 2019

잠깐 생각을 멈추고 반성 이전에 가졌던 믿음들이 정당했는지 반성하고자 할 때면, 수많은 편향들이 작동한다. 인간은 자신이 가진 믿음과 상충하는 증거보다는 그 믿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더 잘 기억하고, 자신이 실수했던 경우보다는 제대로 맞췄던 경우를 더 잘 기억해낸다. 인간은 자신의 믿음을 지지하는 논증들을 매우 호의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미 가지고 있는 믿음을 반박하는 논증에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곤 한다. 반성 전에 가지고 있던 믿음이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그 믿음의 형성 과정에 대해 판단하는 경우, 인간은 자신의 판단이 전반적으로 상당히 신뢰할 만하다고 믿으며 이런 믿음을 최종 판단의 전제로 활용하기까지 한다. 그래서 믿음이 형성된 과정에 실제로 편향들이 개입되었든지 아니든지 간에, 인간은 이미 자신이 증거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 바로 그 증거들에 기초해서 자신의 믿음을 형성한다. 그 결과, 반성의 결과는 반성적 평가를 하기 전에 가지고 있던 믿음을 그대로 비준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가 쉽다. 반성은 믿음을 비판하고 교정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보다는 반성 이전의 믿음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하나의 믿음을 더 큰 신념의 그물망으로 엮어낸다. 따라서 반성적 성찰의 과정 가운데 상당수는 반성 이전의 믿음을 교정하기보다 오히려 그 믿음에 대한 확신을 강화한다. 인간의 인식 과정은 자기만족적일 뿐이며, 인간을 정확한 인식의 주체라고 할 수도 없다.

   

- 힐러리 콘블리스, '반성이 할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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