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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7, 2019

칭기즈칸이 1211년부터 송나라를 상대로 벌인 전쟁은 잠깐씩 휴전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그가 죽을 때인 1227년까지 계속되다가 결국 그의 후계자에 의해 1234년 종결되었다. 몽골족은 용맹한 기마 군단이 있었기에 벌판과 마을을 마음껏 유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은 중국 기술자들이 요새화한 도시와 마을을 쉽게 점령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더구나 몽골족은 중국에서도 초원 지대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싸웠다. 즉, 연속적으로 대규모 공격을 감행한 뒤 전리품을 챙겨서 곧바로 철수하는 식이었다. 그들이 물러나면 어디론가 피신해 있던 중국인들이 다시 도시로 들어와 전쟁으로 파괴된 건물을 복구하고 무너진 진지와 성벽을 고칠 수 있었다. 따라서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몽골의 장수들은 같은 장소를 두 번, 세 번에 걸쳐 다시 정복해야 했다.

북경을 점령한 몽골족은 주민을 무참히 살육하고 약탈한 뒤 집집마다 불을 질렀다. 학살과 방화, 약탈이 난무하는 암흑세계는 한 달이나 지속되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유목민들이 자기들이 점령한 이 거대한 도시를 어떻게 처리할지, 스스로의 권력을 강화하고 확대하기 위해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전혀 몰랐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살육과 방화를 자행한 것은 단지 가학성 때문이라기보다 대도시 문명을 접하고 당혹스러운 나머지 닥치는 대로 파괴하는 것 외에 별 뾰족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 르네 그루세, <유라시아 유목 제국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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