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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 2019

두려워해야 할 대상들을 두려워하는 기술에 정통한 사람들은 별로 없다. 많은 사람들이 무릎을 덜덜 떨며 비행기에 오르지만 욕실에서 전구를 갈아 끼울 때는 그와 반대로 주저 없이 접이식 사다리 위에 올라선다. 새 한 마리가 죽은 채로 하늘에서 떨어지면 사람들은 세상의 종말을 떠올린다. 진정한 비극이란 절대로 보편적이지 않고 언제나 개인적인데, 진정한 비극이 닥치면 사람들은 사태가 더 나빠질 수는 없으리라고 섣불리 가정해 버린다. 실제로 경악할 일이 아직 닥치지도 않았는데. 비참함의 어두운 수직갱 속에서 그들은 중간 어딘가쯤에 앉아 떨어지다 부딪힌 바람에 쿵쿵 울리는 머리통을 감싸 쥔다. 불행의 바닥에 다다랐다고 여긴 그들은 잠시 기력을 회복한 뒤에 올라가는 일에 착수하기로 계획을 짠다. 이때 그들은 자신들이 본격적인 재난을 기다리는 대기실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재난은 떨어져 부딪힌 사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낙하에 있다.

   

- 율리 체, <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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