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npost

December 23, 2018

쥬르댕의 모순은 그가 그의 선생들보다 정직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어떻게 보면 훨씬 더 민감하고, 아울러 그에게 예술 작품을 평가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사람들보다 예술에 대해 훨씬 더 열린 자세를 견지한다는 점에 있다. 이 저속한 인간은 아름다움의 포로가 되어 어찌할 바를 모른다. 산문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이 무지한 인간은 문학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자신이 하는 말 역시 어찌 되었든 산문이라는 생각만으로도 다시 태어난 것처럼 느낄 수 있는 사람이다. 그의 감흥은 바라보는 대상을 평가할 줄 모르지만, 그의 영민하지 못한 판단련을 곧게 하는 것이 바로 돈이며 그가 돈 주머니 안에서만 생각할 줄 안다고 보는 취향의 인간에 비하면 그의 감흥이 훨씬 더 예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이 특이한 현상은 바로 이 지점에서 분명한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다시 말해, 예술은 훌륭한 취향의 소중한 결정체 속에서 반짝인다기보다는 오히려 무분별하고 조잡한 취향 속에서 나타나는 듯이 보인다.

   

- 조르조 아감벤, <내용 없는 인간>

Please reload

© Labyrinth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