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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11, 2018

독서는 여행이라는 발상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여행 자체의 개념이 바뀐 것이다. 단테와 동시대인들에게 여행은 기간을 알 수 없고 위험한 데다 혹독한 것이었지만, 치명적인 유혹으로 가득한 필수적인 삶의 행위였다. 단테가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한 지 반세기쯤 지난 뒤에도 페트라르카는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적었다. "나는 이 땅의 이방인이자 행인이며, 모든 조상과 같은 유배자인 동시에 짧고 덧없는 삶을 사는 뒤숭숭한 여행자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일시적이고 덧없다는 마음을 품지 않으며, 페트라르카나 단테처럼 여행이 필수적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현대 사회의 모든 것이 인간은 불멸에 준하는 존재로 영원한 현재에 보존된다고 믿도록 부추긴다. 요컨대 우리는 확실성만 믿는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이해했던 것과 달리, 우리에게 변화란 기대의 영역을 줄이는 동시에 기억의 영역을 늘려가는 것이 아니라, 한 순간에서 다음 순간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의 순간들이 그늘을 드리우는 일도, 미래의 순간들이 연상되는 일도 없다. 우리는 이러한 지속성적인 즉시성 속에서 '나는 지금 여기에만 존재한다'는 확신을 얻는다. '끊임없는 현재'라는 환상에 빠진 채.

   

- 알베르토 망구엘, <은유가 된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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