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npost

August 26, 2018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남자는 까맣게 타버린 도서관 폐허에 서 있었다. 시커멓게 변한 책들이 물웅덩이에 잠겨 있었다. 책장들은 넘어져 있었다. 줄줄이 수천 권으로 배치되어 있는 거짓말들에 대한 어떤 분노. 남자는 책 한 권을 집어들어 물을 먹은 묵직한 페이지를 넘겼다. 남자는 다가올 세계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도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래서 놀랐다. 이것들이 차지하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기대라는 것. 남자는 책을 내려놓고 마지막으로 한번 둘러본 뒤 차가운 잿빛으로 나갔다.

 

   

 

 

- 코맥 맥카시, <더 로드>

 

 

Please reload

© Labyrinth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