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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11, 2018

다음 날 아침 나는 엄마에게 또 학교에 못 가겠다고 말했다. 엄마는 뭐가 문제냐고 물었다. "문제야 늘 똑같죠." "아프니?" "슬퍼요." "아빠 때문에?" "모든 게 다요." 엄마는 출근이 급한데도 침대 위 내 옆에 앉았다. "모든 거라니 그게 뭐니?" 나는 손가락을 꼽기 시작했다. "우리 냉장고에 있는 고기랑 유제품, 주먹다짐, 교통사고, 래리..." "래리는 누구지?" "자연사 박물관 앞에 있는 노숙자 아저씬데요, 돈을 달라고 한 다음에는 항상 '진짜로 먹을 걸 살 거야'라고 말해요." 엄마는 몸을 돌렸고, 나는 드레스 지퍼를 올려주면서 계속 주워섬겼다. "아마 엄마도 쭉 그 아저씨를 보았을 텐데 누군지도 모른다는 것도 슬프고, 버크민스터는 맨날 먹고 자고 싸기만 하고, 레종 데트르도 없고, 아이맥스 극장에서 표 받는 일을 하는 그 키 작고 못생기고 목 없는 애를 봐도 슬프고, 해마다 받는 생일 선물 중에 내가 벌써 가진 것이 꼭 한 개씩 끼어 있는 것도 그렇고, 싸구려 정크 푸드를 먹어서 살이 찐 가난한 사람들하고..." 더 꼽을 손가락이 남지 않았지만, 내 목록은 이제 막 시작이었다. 나는 목록을 길게 늘이고 싶었다. 내가 계속 읊고 있을 동안에는 엄마가 떠나지 않을 테니까. "... 길들인 동물들하고, 나한테 길들인 동물이 있다는 것도 슬프고, 악몽이랑,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랑, 아무도 함께 시간을 보내주려 하지 않고 남들한테 함께 있어달라고 부탁하기도 부끄러워 온종일 어슬렁거리는 노인들이랑, 비밀이랑, 다이얼 전화기랑, 재미있는 것도 신나는 것도 없는데 중국인 웨이트리스들이 미소를 짓고 있는 거랑, 또 중국인들은 멕시코 식당을 가지고 있는데 멕시코 사람들한테는 중국 식당이 하나도 없다는 거랑, 거울이랑, 테이프 플레이어랑, 내가 학교에서 왕따라는 거랑, 할머니의 쿠폰이랑, 창고랑, 인터넷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랑, 악필이랑, 아름다운 노래들이랑, 오십 년 후에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랑..." "오십 년 후에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누가 그러디?" "엄마는 낙천주의자예요 비관주의자예요?" 엄마는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 "낙천주의자야." "그럼, 엄마한테는 나쁜 소식이네요. 인간들은 그럴 힘만 생기면 그때부터 바로 서로를 파괴할 테니까요." "어째서 아름다운 노래가 널 슬프게 하니?" "진실이 아니니까요." "정말?" "아름다우면서 진실한 것은 이 세상에 없어요." 엄마는 미소를 지었지만 기쁠 때 웃는 웃음은 아니었다.

   

- 조너선 사프란 포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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