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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8, 2018

몇 시간을 걸어 도 변두리의 근처에 이르지 못하고, 들판과의 경계를 알리는 표지를 전혀 발견할 수 없는 런런 같은 도시는 정말 매우 특이하다. 이 거대한 집중화는 단일 장소에 350만 명의 인간을 이렇듯 밀집시킴으로써 이들 인간의 힘을 백배로 늘려 놓았다. 이 모든 것이 치렀던 희생은 나중에야 발견된다. 며칠 동안 중심가의 포장도로를 쏘다닌 다음에야 비로소 런던 사람들이 도시에 넘쳐흐르는 문명의 기적을 완성하기 위해 그들의 인간적 자질의 가장 훌륭한 부분을 희생해야 했음을, 그들 안에 잠들어 있던 수많은 힘들이 무력해지고 질식되었음을 깨닫기 시작한다. 길거리의 혼잡은 벌써 그것만으로 인간의 본성에 거슬리는 혐오스러운 어떤 것을 지닌다. 서로 떠밀고 부딪치는 모든 신분과 계급의 이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동일한 자질과 능력, 그리고 행복을 향한 동일한 관심을 소유한 사람들이 아닐까? 그렇지만 이 사람들은 공통점도 함께 해야 할 일도 전혀 없는 것처럼 서로 바삐 스쳐 지나갈 뿐이다. 그들 간의 유일한 합의는 서로 엇갈리는 군중의 두 흐름이 피차 방해되지 않도록 각기 도로의 우측을 택한다는 묵계이다. 그러나 타인에게 단 한 번이라도 눈길을 던지겠다는 생각은 어느 누구에게도 떠오르지 않는다. 이 극심한 무관심, 자신의 사적 이해 속으로만 치닫는 개개인의 이 매정한 고립은 이 협소한 공간에 갇힌 개인들의 수효가 많아질수록 더욱 혐오스럽고 불쾌하다.

   

- 프리드리히 엥겔스,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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