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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17, 2017

예술은 반복과 퇴행에 대한 기억이며, 이 퇴행에서 감내해야 했던 고통스런 패배에 대한 상기다. 예술을 패배의 기억을 통해 삶을 교정하고 쇄신하고자 한다. 예술이 부정이라면 그것은 기존의 관점에 대한 부정이고, 그것이 긍정이라면 오직 갱신적 의미에서의 긍정이다. 이 긍정과 부정을 추동하는 것은 어떤 결손의식, 말하자면 지금의 현실이 여러 가지로 부족하고 무엇인가가 결여되어 있다는 의식이다. 현실에 대한 결손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타자적 지평을 향해 현실을 개시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결손의식이란 곧 선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 문광훈, <가면들의 병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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