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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30, 2017

"사십 년 동안 고해받은 끝에, 나는 확신합니다. 내가 이야기를 들어 준 이들 중 살아 있다는 게 아무 의미 없는 이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되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겁니다. 본인들은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그들이 말하는 것들은 전부 하찮은 두려움이나 서글프게 이어지는 습관에 대한 것들입니다. 그들 내면에서는 더 이상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끓어오르는 것도 휘젓는 것도 없습니다. 하루하루가 그저 흘러갈 뿐이지요. 거기에는 더 이상 어떤 삶도 없어요. 오로지 허상 뿐입니다. 허상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십 년 동안 저는 그들이 저의 고해실 의자에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아 왔습니다. 그들 중 대부분에겐 딱히 할 말도 없었습니다. 기분을 짓누르는 권태에 등이 굽어 버린 것 같았지만, 그들에게 할 이야기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거친 욕망도 범죄도 내면의 소용돌이도. 다만 더럽고 하찮은 비열함이 있을 뿐. 그나마 우리 몸이 늙어 간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요!"

   

- 로랑 고데, <세상의 마지막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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