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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6, 2017

니체는 16세기에 교회의 타락이 가장 덜한 곳은 독일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바로 그곳에서 종교 개혁이 일어났음을 지적한다. 오직 타락의 초기에만 타락을 참을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카프카 시대의 관료주의는 오늘날과 비교할 때 순진한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카프카는 관료주의의 끔찍함을 간파했고 그 후로 관료주의는 일상적이 되어 이제는 아무도 그런 것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1960년대에는 뛰어난 철학자들이 '소비 사회'에 비난을 퍼부었지만, 해가 지나면서 현실이 이 비난을 훨씬 뛰어넘어 버린 나머지 이제는 그러한 주장을 내세우는 게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진다. 사실 또 다른 일반 규칙을 떠올려야 할 것이다. 어떤 현실이 전혀 부끄러움 없이 되풀이된다면, 그 반복되는 현실에 직면한 사상은 결국 언제나 입을 다물게 되는 법이다.

   

- 밀란 쿤데라, <커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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