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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4, 2017

프루스트가 유희로 시작했던 일은 숨막히게 진지한 일이 되어버렸다. 한번 기억이라는 부채를 펼치기 시작한 사람은 항상 새로운 마디와 부챗살을 그 안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 속에서 그가 발견한 그 무엇도 그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는 그 상들이 더 펼쳐질 수 있음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우리가 이 모든 것을 쪼개고 펼쳤던 이유는 바로 접힌 주름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어떤 고유한 것, 어떤 이미지, 어떤 맛, 어떤 촉감 때문이 아닌가. 이제 기억은 아주 작은 것으로, 아주 작은 것에서 아주 미세한 것으로 파고들어간다. 이와 같은 소우주 안에서 기억에 일어나는 일은 점점 더 대단한 힘을 발휘한다. 그것이 바로 프루스트가 관여했던 치명적인 유희였다. 프루스트는 이러한 유희의 동반자를 필요로 했을 때보다 그 유희를 이어갈 후계자를 찾을 때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 발터 벤야민, <베를린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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