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uman Condition: Ch. 6

June 9, 2017

...

 

"지구상에서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광대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바로 그때부터 지구의 축소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세계는 근대의 결과라고 볼 수 있지만 결코 근대의 세계와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늘날 모든 인간은 자기 나라의 거주자인 것처럼 세계의 거주자가 되었습니다."

 

...

 

"인간의 계산 능력은 그가 연루된 일과 관심사로부터 벗어나 주변의 모든 것들로부터 거리를 취할 때 제대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의 측량은 인간이 자신의 거주환경으로부터 벗어나 결정적으로 소외되는 희생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

 

"(전후 독일의 사례처럼) 급속한 발전과 번영은 물질적 재화의 풍부함이나 안정성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생산과 소비 과정 자체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근대의 조건에서 파멸을 야기하는 것은 파괴가 아니라 보존입니다."

 

...

 

"(문자 그대로) 그날그날 벌어서 먹고 사는 근대의 노동계급은 삶의, 생명의 필연성이 강요하는 절박함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으며, 동시에 삶의 과정을 제외한 모든 염려와 근심으로부터도 소외되었습니다."

 

...

 

"공적 세계의 잠식은 결정적으로 고독한 대중을 낳았으며, 근대의 이데올로기적 대중운동이 무세계적 성향을 갖는 위험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

 

"갈릴레오는 망원경을 통해 인간이 우주의 비밀을 감각적으로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세계관이 태양을 중심으로 한 세계관을 대체하면서 일반적인 상대주의가 자동적으로 발생합니다."

 

...

 

"데카르트적 이성은 정신이 자신 안에서 생산한,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 안에 가지고 있는 것만을 알 수 있다는 가정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인간이 공동감각을 상실한 사태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데카르트는 아르키메데스의 점을 인간의 정신 안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이로 인해 인간은 주어진 실재로서의 세계, 다시 말해 생활세계의 거주자로서만 존재하고 또 존재할 수 있다는 인간의 조건으로부터 자유를 획득합니다."

 

...

 

"근대의 발견이 낳은 가장 중요한 정신적 귀결인 데카르트적 회의와 이로 인한 세계관의 변화는 관조적 삶과 활동적 삶의 위계를 전도시킵니다. 전과 달리 이제 인간은 실험과 같은 행위를 통해서만 가설적 지식을 획득할 수 있을 뿐, 세계의 실상인 진리를 바라본다는 본래 의미에서의 관조는 완전히 사라지고 맙니다. 그리고 만들고 제작하는 활동이 관조의 자리를 차지했지요. 근대 혁명을 주도했던 것은 도구와 도구를 만드는 자로서의 인간이었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생산 과정의 강조나 모든 사물을 제작 과정의 결과로 간주하는 태도는 제작인(homo faber)의 뚜렷한 특징입니다. 하지만 근대가 생산물 자체에 대한 모든 관심을 버리고 오로지 그 과정에만 주목한 것은 매우 새로운 일입니다."

 

...

 

"관조와의 단절은 제작에 과정이라는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완성됩니다. 즉 활동적 삶에 있어서 제작이 이전의 정치적 행위와 같은 지위를 차지하게 된 것이지요."

 

...

 

"제작인의 세계는 유용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유용성을 중심으로 한 제작인의 세계관은 근대에서 만족을 중심으로 한 세계관으로 변화했습니다. 또 근대에서 제작인의 활동이 사용 대상으로서의 사물을 제작하는 것이 아닌 전적으로 도구를 만드는 활동으로 변화하면서, 유용성의 충족에서 오는 만족 또한 사물의 사용이 아닌 도구의 사용 과정에서의 만족으로 변화합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근대의 제작인은 자신을 사물을 만드는 자, 세계를 건설하는 자로 정의하지 못하고 도구를 위한 도구를 만드는 자로 정의합니다.) 때문에 유용성의 원리는 더 이상 제작의 결과물로서의 사물의 사용이 아닌 생산 과정에 적용됩니다. 즉 생산성을 자극하고 고통과 수고를 덜어주는 것이 곧 유용한 것이 되는 것이지요."

 

...

 

"생명의 신성함에 대한 기독교의 강조는 유대 전통의 한 부분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활동적 삶 내부에서의 구별과 분절을 지우고, 노동, 작업, 행위 모두를 현세의 필연성에 똑같이 예속되는 것으로 바라봅니다."

 

...

 

"노동하는 사회, 또는 직업인 사회의 마지막 단계는 그 구성원들에게 단순한 자동적 기능만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제작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세계성의 체험은 점점 더 인간의 일상에서 빠져나가고 말았습니다."

 

...

 

"행위의 능력과 그것의 계시적 성격은 인간 실존에 의미를 부여하고 빛을 발하게 만드는 원천입니다."

 

...

 

"사유는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곳에서만 가능합니다. 사유를 인간의 기본적인 능력으로 여기는 통상적인 관점과 달리, 불행히도 사유는 인간의 여러 능력 가운데 가장 약한 능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사유하는 능력은 인간의 미래를 위해 대단히 중요합니다. 사유는 활동적 삶의 다른 모든 활동들을 능가하기 때문입니다."

 

 

 

2017. 6. 9. / Sutome Apothecary

info@labyrinthos.co.kr

Please reload

© Labyrinth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