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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18, 2017

 사람들은 백이면 아흔아홉은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 발자국들을 지나쳤을 겁니다. 당신이 백 가지 미스터리 중 아흔아홉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처럼요. 정말로 우리는 이 세상의 일에 무지하기 그지 없습니다. 어떤 일들은 분명히 미스터리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법과 질서는 미스터리가 아닙니다. 그러나 거리를 오가는 모든 사람들은 미스터리입니다. 그들은 잡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물건을 훔치는 순간 그들은 더 이상 미스터리가 아닙니다. 잡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다입니다. 최소한 우리는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원한다면 수감소 창살 너머로 그를 온종일 관찰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신문들은 '미스터리한 시체 발견' 같은 제목들을 뽑아 대는 걸까요? 시체에 무슨 미스터리가 있습니까? 우린 시체를 발견하면 이런저런 검사를 한 뒤 사진을 찍고 해부를 합니다. 그러면 피부 안팎의 모든 섬유조직은 물론, 그가 마지막으로 무얼 먹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죽었는지 샅샅이 알 수 있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돈 때문에 그를 죽였다는 것도 알아냅니다. 모든 것이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홍차 좀 더 따라주시겠습니까? 모든 범죄는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적어도 동기 같은 것은 알 수 있죠. 하지만 당신이 기르는 고양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건 미스터리입니다. 당신이 오늘 아침 마주친 청소부의 꿈이나, 아내가 창밖을 보면서 떠올리는 생각, 이것들도 미스터리입니다. 범죄를 제외하고는 모든 게 미스터리인 셈이죠. 범죄란 엄격하고 상세하게 정의가 내려진 현실의 한 단면입니다.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진실을 밝혀낼 수 있습니다. 만약 내가 여기 내 주위를 둘러보기만 하면 당신에 관해 모든 걸 알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내 구두 끝만 바라보며 앉아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우리는 당신에게 어떤 관심도 없기 때문입니다. 내 말은, 아무도 당신에게 어떤 혐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 카렐 차페크, <오른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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