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signpost


거주가 발생하는 모든 공간은 집이라는 관념의 본질을 지니고 있다. 조금이라도 몸을 숨길 만한 곳을 발견하기만 하면 사람의 상상력은 집이라는 관념을 향해 움직인다. 인간은 만져지지도 않는 그늘을 가지고 벽을 짓고, 방어의 환영 속에서 기운을 회복할 수 있다. 반대로 두터운 벽 뒤에서도 몸을 떨고, 더할 수 없이 단단한 성벽 아래에서도 공포에 사로잡힐 수 있다. 피난처의 관념 속에서 인간은 끝없는 변증법을 통해 피난처의 경계에 민감성을 부여한다. 그는 생각과 꿈을 통해 집의 현실태와 잠재태 사이에 거주하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피난처들은, 모든 은신처들은, 모든 방들은 여러 서로 조화되는 꿈의 가치들을 획득한다.


- 가스통 바슐라르, <공간의 시학>

© Labyrinth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