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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서사물에 있어서 육체를 재현한다는 것은 언제나 육체를 바라보는 것을 포함한다. 19세기의 지배적 전통인 사실주의는, 시각을 인간과 세상의 관계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파악한다. 사실주의의 기본 전제는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사물들을 떠나서는 인간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때 이들 사물을 안다는 것은 그것들을 보고, 세세히 열거하고, 또한 그것들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구체적인 환경으로서 묘사하는 것이다. 요컨대 사실주의에 있어 아는 것이란 곧 보는 것이며, 재현이란 곧 묘사인 것이다. 인간이 지식의 대상일 경우 인간 역시 묘사되어야 한다. 이러한 묘사는 인간이 가진 심리적 차원뿐 아니라 대상물로서 인간이 가진 형태, 즉 육체까지도 포함한다.

- 피터 브룩스, <육체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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