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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세미나에서 함께 읽을 책은 들뢰즈의 <니체와 철학>입니다. 현대 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니체의 공헌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철학에 영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니체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그리 찾기 쉬울 것 같지 않군요. 하지만 니체를 제대로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사람 역시 그만큼 드물 겁니다. 니체의 주저 가운데 하나인 (그리고 가장 널리 알려진 그의 저서 가운데 하나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부제는 ‘모두를 위한, 그리고 누구를 위한 책도 아닌 책(a book for all and none)’인데, 마치 이 말처럼 누구나 니체를 알고 있지만 누구도 니체를 알지 못하는 이상한 상황 속에 있는 셈이지요. 그만큼 니체라는 이름은 한편으로 익숙하지만 다른 한편 그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은 여전히 까다로운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런 사정에는 여러 까닭이 있을 겁니다. 우선 한눈에 선뜻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방대한 저술의 양, 그가 직접 출판한 원고만큼이나, 혹은 어떤 면에서 그 이상으로 중요한 미출간 원고가 잔뜩 있다는 사실이 눈에 띄는 걸림돌이 될 수 있겠지요. 보다 중요하게는 니체의 저술 가운데 상당수가 경쾌한 문체와 대조적일 정도로 은유와 잠언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또 그 가운데 서로 모순인 것처럼 보이는 구절도 종종 발견할 수 있지요. 때문에 니체 사상 전체를 아우르는 일관된 해석은 상당히 까다로운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니체를 다루는 2차 문헌들도 그의 사상 가운데 일부에 초점을 맞추거나 단편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러한 가운데 우리가 이번 세미나에서 함께 읽을 들뢰즈의 저술은 니체에 대한 3대 주해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데, 니체의 주요 사상을 치밀하게 분석하면서도 상당히 체계적으로 종합하고 있습니다. 여러 모로 니체의 사상을 다루기에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니체와 철학>은 그 자체로 충분히 까다로운 니체의 사상뿐 아니라 까다롭기로는 만만치 않은 들뢰즈의 사상 역시 함께 담고 있기 때문에, 예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한 문장 읽어나가는 것도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세미나에서는 니체/들뢰즈의 사상을 충분히 곱씹으며 숙고할 수 있도록 각자 읽고 토론하는 방식이 아닌 강독 형식으로 한 줄 한 줄 함께 읽어나갈 요량입니다. 시간은 좀 더디겠지만 기초부터 튼튼히 만든다고, 개념을 차곡차곡 쌓는다고 생각하면 아마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작업이 될 테니까요. 들뢰즈의 니체와 철학, 시작합니다.

2017. 11. 22. / Alter E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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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tzsche #GillesDeleuze #니체 #들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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