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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가 처음부터, 마치 모든 종족들이 전설을 만들어 냄으로써 그들의 잊혀진 선사시대를 꾸며대는 것처럼, 환자의 유년기를 덮고 있던 환상들을 들추어내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대화의 주제에 대한 환자의 관심이 갑작스럽게 다른 곳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을 경험합니다. 환자 역시 현실 자체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며, 모든 '꾸며낸 이야기들'을 경멸합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이 부분의 작업이 종료될 때까지 그를 내버려 둔다면, 다시 말해 우리가 지금 탐구하고 있는 것이 그의 어린 시절에 실제로 있었던 일들이라고 환자가 믿도록 내버려 둔다면, 나중에 (즉 기억을 덮고 있던 유년기의 환상이 전부 진실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을 때) 그는 우리가 너무 쉽게 자신의 말을 믿어 버렸다고 우리를 조롱할 것입니다. 환상과 현실을 동등하게 다루고, 일단 규명하고자 하는 유년기의 체험들이 환상과 현실 가운데 어느 것에 속하는지 개의치 말자는 제안을 환자가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대하는 것이 그런 심리적 산물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유일하게 올바른 태도입니다. 그러한 심리적 결과물, 즉 환자가 만들어낸 환상 역시 일종의 현실성을 지닙니다. 환자가 그러한 환상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가 이런 환상들의 내용을 실제로 체험한 것으로 느낀다면, 이 사실은 그의 증상과 관련해서 결코 적지 않은 의미를 갖습니다. 이러한 환상들은 물리적(materielle) 실재와는 다른 심리적(psychische) 실재들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서서히 '신경증의 세계에서는 심리적 실재가 결정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 프로이트, <정신분석 강의>

#Freud #프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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