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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의 성벽 앞에 현자라 알려진 노인이 있었다. 어느날 한 남자가 그에게 물었다. "왜 신은 우리에게 말을 걸지 않을까요? 왜 그의 뜻을 전달하지 않는 걸까요?" 그 말을 들은 노인은 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벽을 따라 날고 있는 나방이 보이시조? 저 나방은 벽을 하늘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요. 그게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지. 하지만 나방은 우리가 그것을 안다는 것은 물론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른다오. 당신은 나방에게 그것을 알려줄 수 있겠소? 나방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당신의 뜻을 전달할 수 있겠느냔 말이오." "모르겠습니다. 나방에게 어떻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겠습니까." 노인은 남자의 말이 끝나자 손바닥으로 나방을 탁 쳐서 죽였다. "보시오. 이제 나방은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과 나의 의사를 알게 되었소."

- 정영수, '레바논의 밤'

#정영수 #레바논의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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