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7, 2016

“아니 그럼, 여자 때문에 부인을 떠난 게 아니란 말입니까?”

“당연히 아니오.”

“명예를 걸고 맹세할 수 있어요?”

내가 왜 그렇게 물었는지 모르겠다. 그때만 해도 참 순진했던 모양이다.

“명예를 걸고 맹세할 수 있소.”

“그럼 도대체 무엇 때문에 부인을 버렸단 말입니까?”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소.”

나는 한참 동안 지그시 그를 바라보았다. 알...

June 30, 2016

도시에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길들의 계단 수가 얼마나 많은지, 주랑의 아치들이 어떤 모양인지, 지붕은 어떤 양철판으로 덮여 있는지 폐하께 말씀드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말씀드리는 게 아무것도 말씀드리지 않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도시는 이런 것들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도시 공간의 크기와 과...

June 23, 2016

그녀가 차 문을 잠그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처음에 차 안에서 무언가를 훔쳐서 그녀의 기억을 되살려볼까도 생각했지만, 내 생일이라서 울적하기도 하고, 내가 왜 이런 일이 집착해야 하는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다. 나는 달랑 혼자인데, 세상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다. 내가 도둑질을 해봤자 도둑이 나라는 것을 그녀가 알 리가 없었다....

June 16, 2016

나는 처음으로 사람들을 살피고 그 너머를 바라보는 어떤 사람을 만났다. 하찮게 보일 수 있지만 나는 이 사색에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결코 우리가 확신하는 것 너머를 보지 않는다. 그리고 더 심각한 것은 우리가 만남을 단념했다는 것, 이 영원한 거울들 속에서 정작 자신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면서도 자신만을 만나려고 한다는 것...

June 9, 2016

"하지만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비밀을 이야기해주면 그가 자신을 더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 이야기할 때마다 선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단다. 그게 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선물이고, 가장 커다란 정절이고, 사랑과 헌신을 보여주는 가장 커다란 증거라고 말이야.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이 득이 되기도 하고. 그러다 어느 순간 이야기만하는 것만으로는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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