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뉘르주가 더는 웃지 않는 날
1949년 프라하, 모두가 노동 계급의 승리에 도취되었던 그 시절, 스무 살 청년 루드빅은 같은 학교 다니는 마르케타를 마음에 두고 있습니다. 루드빅의 표현에 따르면 시덥잖은 농담을 즐기는 치명적인 성향을 가진 루드빅 자신과 달리 그녀는 농담이라곤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지만, 웬만큼 재능도 있고 총명한 데다 젊고 예쁜 그녀에게 있어 이런 특징은 결점이라기보다 매력에 가깝게 보입니다. 루드빅 말고도 몇몇 남학생들이 그녀를 은근히 마음에 두고 있습니다. 그녀는 모든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무엇이든 잘 믿는 능력을 타고난 것만 같습니다. 그럭저럭 당시의 시대 정신에 잘 부합하는 특징 같기도 하군요. 그녀는 어떤 것의 ‘너머'를 전혀 보지도 이해하지도 못했고 그저 사물 자체를 볼 뿐이었습니다. 예컨대 식물학에 대한 이야기는 기가 막히게 잘 알아듣지만 학교 친구들이 하는 우스운 이야기들은 무슨 영문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