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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2018년 6월 12일
- 4분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자, 우리는 벤야민이 자신의 시대를 바라보고 이해하고자 했던 방법, 그것을 포착하고 제시하고자 했던 방법들을 따라 여기까지 왔습니다. 과장된 장식과 뻣뻣한 형식으로 이루어진 한심한 작품이라는 평가로부터 바로크 비애극을 구제하고자 벤야민이 제시했던 진리의 이념과 언어의 관계, 일방통행로와 파사주라는 우회로를 통과하는 산책자의 걸음과 시선, 사물과 시대의 관계를 성찰하는 유년 시절의 회고, 보들레르의 파리를 통해 확인한 오늘을 구성하는 어제의 흔적, 언어의 본질에 대한 사유로부터 이끌어낸 인간 언어의 근본 속성, 언어를 통해 진리를 읽어내는 번역과 해석의 과제, 비평의 본질, 이야기와 시에 대해, 시대를 이루는 기술적 특징과 예술 형식, 그것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사회의 근간인 법과 폭력, 정의의 관계를 모두 지나, 드디어 벤야민 최후의 저작에 이르렀습니다. 오늘 함께 다룰 주제는 흔히 ‘역사 철학 테제’라고 알려진, 벤야민 최후의 저작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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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2018년 6월 5일
- 7분
폭력 비판을 위하여
벤야민의 텍스트는 대체로 난해합니다. 종종 난해한 것을 넘어 난삽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을 만큼. 이러한 어려움은 단순히 벤야민이 사용하는 독창적인 개념이나 그가 다루는 문제의 역사적인 배경이 낯설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가 문제를 제시하고 풀어가는 방식 자체가, 즉 글의 의미 구조 자체가 난삽하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이런 사정 때문에 벤야민 텍스트는 까다로운 독해를 요구합니다. 마치 <독일 비애극의 원천>에서 그가 밝히고 있듯이, 성급하게 대상을 움켜쥐려 하지 않는 숙고와 우회를, 깊은 침잠과 세심한 관조를 강제하는 것처럼. 짧은 에세이나 촌평이 아니라 이론적인 얼개를 가진 텍스트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그럼 <폭력 비판>를 집필할 무렵 벤야민의 사정을 먼저 들여다봅시다. 벤야민은 1921년 이 텍스트를 작성합니다. 베른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마친 뒤 2년이 지났고, 도라와 결혼한 지 4년이 지난 시점입니다. 이 시기 벤야민은 에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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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2018년 5월 29일
- 3분
기술복제시대의 예술 작품
<기술복제시대의 예술 작품>은 벤야민의 저술 가운데 아마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일 겁니다. 벤야민이 ‘아우라의 파괴’라는 저 유명한 명제를 제시하는 논문이지요. 벤야민의 이 논문에는 세 가지 판본이 존재합니다. 제1판은 (벤야민의 많은 저술들이 그렇듯) 완성본이 아닌 원고 형태로만 전해집니다. 벤야민은 이 원고를 바탕으로 출간을 위한 최종본을 작성해 독일의 ‘사회연구소(Institut für Sozialforschung)’로 보냈는데, 이때 작성한 원고가 제 2 판입니다. 벤야민은 아도르노에게 보낸 한 편지에서 제2판을 기술복제 논문의 ‘원판(Urtext)’이라고 지칭한 바 있지요. 하지만 이 판본은 연구소가 추구하는 노선과 전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연구소의 편집진에 의해 출판이 거부되었습니다. 이후 연구소와 벤야민은 이 논문을 프랑스어로 출간하기로 합의했는데, 연구소가 정치적 고려에 따라 벤야민에게 논문의 일부분을 수정할 것을 요구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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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2018년 5월 22일
- 4분
시인과 용기: 횔덜린, 발레리, 브레히트
지난 밤 프루스트를 통해 기억과 서사의 문제를, 또 카프카를 통해 부유하는 세계 속 문학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웠지요. 특히 카프카의 작품이 보여주는 이름도, 장소도 모두 부유하는 늪과 같은 세계 속에서 자기 자신의 삶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보았습니다. 철저하게 실패하는 삶과 문학의 성공이라는 흥미로운 유비를 통해서요. 오늘은 벤야민이 프리드리히 횔덜린, 폴 발레리, 브레히트에 대해 남긴 글을 통해 시에 대한 벤야민의 생각을 살펴보겠습니다. 벤야민은 생전에 늘 문학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습니다. 1915년 횔덜린의 시를 다루는 최초의 장문 비평을 발표한 이후 지속적으로 여러 작가와 작품에 대한 비평을 작성했으며, ‘비판적인 말이 위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비평을 갱신할 것'을 주장하며 직접 잡지 창간을 준비하기도 했으니까요. 자신이 작성했던 비평문들을 모아 출간을 계획하기도, 또 당시 주류 기조를 형성했던 기존의 비평이 드러내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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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2018년 5월 15일
- 9분
이야기꾼2: 프루스트와 카프카
지난 시간 <이야기꾼>을 통해 벤야민의 서사 이론을 살펴봤지요. 또 소설이라는 형식과 이야기 그 자체의 관계에 대한 벤야민의 생각도 함께 다뤘습니다. 비록 벤야민은 전통적인 이야기의 방식이 소설의 그것으로 바뀌는 과정을 (이야기가 처한) 일종의 위기 상황으로 진단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설이라는 매체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닙니다. 일차적으로 이야기의 위기를 진단하는 벤야민의 관심은 이야기를 둘러싼 역사적, 사회적 조건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같은 시대 등장했던 소설들에 누구보다 예민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으니까요. 프루스트와 카프카의 작품은 벤야민이 관심을 보인 대표적인 소설입니다. 특히 프루스트에 대해서라면 각별한 관심을 보였지요. 프루스트의 작품에 대한 많은 노트를 남기기도 했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직접 독일어로 번역하기도 했으니까요. 숄렘에게 보낸 편지에서 벤야민은 프루스트의 작업에서 자신과 친화적인 면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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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2018년 5월 9일
- 5분
이야기꾼1: 니콜라이 레스코프
<이야기꾼>은 벤야민의 서사 이론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텍스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작품에 관한 고찰’이라는 부제에서 드러나듯 러시아의 작가 레스코프와 그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글이고요. 벤야민은 파리에 머무르던 1936년, 한 잡지의 특집 기획으로 원고를 청탁 받아 이 텍스트를 작성합니다. 이에 앞서 벤야민은 1928년 10월 숄렘에게 보낸 편지에서 “새로운 ‘소설의 이론'을 쓰고 있다”고 밝히고, 루카치와 나란한 위치에 오를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루카치의 저작인 <소설의 이론>은 1916년 첫 발표 이후 유럽에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지요. 벤야민은 1920년대 중반부터 서사와 소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책으로 출판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루카치의 저작이 이를 자극했을 것으로 보이고요. 벤야민은 비슷한 시기 유럽에서 활동한 유물론자인 루카치의 존재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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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5월 1일
- 7분
비평이란 무엇인가: <괴테의 친화력>
<친화력>은 19세기 초반 괴테가 발표한 소설입니다. <괴테의 친화력>은 이 <친화력>이라는 소설을 다루는 벤야민의 비평이고요. 벤야민은 1922년부터 괴테의 소설에 대한 비평을 집필하기 시작해 1924년에 발표했습니다. 이 텍스트는 앞서 함께 살펴봤던 (벤야민의 교수자격 논문인) <독일 비애극의 원천>, 그리고 박사학위 논문인 <독일낭만주의의 예술비평 개념>과 더불어 초기 벤야민의 주요 저작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지요. 벤야민 스스로는 이 텍스트를 비평의 전범이라고 부른 바 있습니다. 그만큼 비평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벤야민의 생각을 말 그대로 전범적으로 담고 있는 저작이라고 볼 수 있지요. <독일 비애극의 원천>에서 벤야민은 바로크 비애극이라는 장르와 그 작품들을 다루는 기존의 관점들에 대해 폭넓은 비판을 전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비애극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하고자 시도하면서요. <괴테의 친화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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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2018년 4월 24일
- 6분
번역이란 무엇인가: '번역자의 과제'
<언어 일반과 인간의 언어에 대하여>에서 벤야민은 언어를 단순한 기호나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닌, 어떤 것의 정신적 본질에 해당하는 무엇으로 규정합니다. 벤야민에게 언어는 그 속에서 어떤 것이 자신의 본질을 드러내는 매체이며, 따라서 그 본질에 대한 참된 인식과 분리할 수 없는 무엇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벤야민은 존재하는 것, 그것의 언어, 그것에 대한 인식을 분리하지 않고 생각합니다. 자,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벤야민이 규정하는) 언어 일반의 성격입니다. 즉 벤야민 역시 현실 언어의 실제 사용이 이와 같은 양상을 이룬다고 보고 있지는 않은 것이지요. 벤야민은 창세기의 창조 신화에서 나타나는 야훼의 언어와 인간의 언어 사이의 유사성에 주목하면서, 창세기가 그리는 인간의 타락에서 인간의 원죄와 함께 언어의 타락을 읽어냅니다. 벤야민에게 인간의 원죄는 무엇보다 언어가 인간에 의해 발화될 때 언어의 신적 성격이 본래적으로 상실된다는 사태를 의미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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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4월 17일
- 9분
언어란 무엇인가: '언어 일반과 인간의 언어에 대하여'
<언어 일반과 인간의 언어에 대하여>는 (제목에서 곧장 드러나듯) 벤야민이 자신의 사상을 이루고 있는 중요한 기둥 가운데 하나인 언어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글입니다. 또한 벤야민이 가진 유대 전통적인 특징과 신비주의적 면모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글이기도 하고요. 흔히 신비주의라고 하면 합리적인 추론이나 탐구가 아닌 초이성적인 명상이나 계시, 초월적인 합일의 경험을 통해 세계를 이루고 있는 근본적인 힘이나 원리를 파악하고자 하는 태도나 사상을 가리킵니다. 세계의 근본 원리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회의주의나 허무주의와는 다르고, 또 이러한 원리가 존재하긴 하지만 인간은 절대 이것을 파악할 수 없다고 보는 불가지론의 입장과도 다른 나름의 고유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요. 오늘날에는 주로 합리적 탐구를 벗어난 종교나 명상에 관련한 맥락에서 많이 사용되는 개념이지만, 엄연히 철학의 중요한 지적 전통 가운데 하나입니다. 물론 철학적 전통에서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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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2018년 4월 10일
- 4분
시간의 성좌(2): 보들레르 작품에 나타난 제2제정기의 파리
1930년대 벤야민은 <샤를 보들레르: 자본주의 전성기 시대의 시인(Charles Baudelaire: ein Lyriker im Zeitalter des Hochkapitalismus)>이라는 방대한 책을 기획합니다. 이러한 기획의 이면에는 자신 앞에 놓인 20세기를 이해하기 위해 보들레르라는 시인의 시선을 빌려 19세기를 경유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20세기를 잉태한 태고사(die Urgeschichte)로서 19세기라는 시간에 주목했기 때문이지요. 보들레르에 대한 벤야민의 관심은 <악의 꽃>에 실린 시 가운데 ‘파리 풍경’을 독일어로 번역했던 1913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또 벤야민이 많은 시간을 할애한 미완의 작업 <파사주>에서도 보들레르에 대한 그의 관심을 찾아볼 수 있지요. 벤야민이 공식적으로 집필한 보들레르에 대한 텍스트는 ‘보들레르 작품에 나타난 제2제정기의 파리’, ‘보들레르의 몇 가지 모티프에 관하여’, ‘중앙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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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2018년 4월 3일
- 5분
시간의 성좌(1): <베를렌 연대기>
어떤 텍스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텍스트의 직접적인 내용 만큼이나 텍스트의 이면에 있는 질문이 중요합니다. 예컨대 영수가 철수에게 “너는 약속 시간에도 번번이 늦고 내가 했던 이야기도 자꾸 잊어버리고 내가 싫어하는 행동만 반복하고 … ” 운운하고 있다면 중요한 것은 단순히 철수가 약속 시간에 몇 번이나 늦었는지, 철수가 어떤 이야기를 잊어버렸는지, 영수가 싫어하는 행동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영수가 철수에게 화가 났다는 사실이라는 뜻이지요. 우리는 벤야민의 질문을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길고 복잡한 벤야민의 텍스트들은 벤야민을 사로잡았던, 벤야민이 나름의 해답을 제시하고자 씨름했던 질문들에 대한 답안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방금 언급한 예시에서 철수의 행동은 영수가 철수에게 화가 난 까닭과 쉽게 분리되지 않을 겁니다. 원인과 결과로서 이들의 성품과 감정이 결국 이들의 관계를 구성하고 있을 테니까요. 영수의 발언 속에서 철수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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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2018년 3월 27일
- 8분
통로들: <일방통행로>, <파사젠베르크>
<독일 비애극의 원천>에서 벤야민이 (그 모든 혹평에도 불구하고) 비애극에 주목한 까닭은, 무엇보다 비애극이 예술의지(Kunstwollen)의 줄기찬 실험이라는 그 시대의 이념을 선명하게 드러낸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벤야민의 이러한 시각은 철학적 발견과 탐구의 대상이 영원히 변하지 않는 어떤 것이 아니라 시대에 속하는 무엇, 그 시대의 고유한 무엇이라는 관점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벤야민 자신의 이러한 관점 역시 다분히 그가 속한 시대에, 그가 살았고 경험했던 시대의 특징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요. 전통적 의미에서의 실재론자, 혹은 넓은 의미에서의 형이상학자들이 오랫동안 영원불변의 확고한 실체를 발견, 탐구하고자 했다면, 헤겔이 이러한 시도들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일격을 가한 이후부터는 시대를 파악하는 것이 철학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부상합니다. 역사와 시대가 곧 발견과 탐구의 궁극적인 대상으로 자리매김한 것이지요. 헤겔 이후 헤겔에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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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2018년 3월 20일
- 8분
독일 비애극의 원천(2)
앞선 세미나에서 질문 속에 답이 있다는 뻔한 경구를 굳이 여러 차례 언급했었지요. 우리가 다루는 텍스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벤야민이 던지는 질문이 무엇인지, 이 텍스트에서 벤야민이 어떤 질문과 씨름하면서 답을 찾아가고 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결국 그가 도달한, 그가 제시하는 해답 역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독일 비애극의 원천> 첫 장의 제목은 ‘인식비판적 서론'입니다. 제목처럼, 여기에서 벤야민은 인식에 대한, 앎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수행합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앎의 대상과 방법입니다. 어떤 대상의 모양과 색채, 무게와 부피, 성분과 그것의 배합, 혹은 운동량이나 벡터 따위를 알았다면 그 대상을 알았다고, 그것을 ‘인식’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물질 이외에 객관적인 실체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동의한다면, 아마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떤 대상에 물리적 속성만으로 환원되지 않는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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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2018년 3월 15일
- 9분
독일 비애극의 원천(참고)
트락타트의 개념 철학적 가르침은 기하학적 연역의 방식으로 불러낼 수 없다. 철학의 방향 전환, 즉 자신의 문제를 새로 설정할 때마다 철학은 언제나 다시 서술할 것을 요구하는 재현의 문제에 부딪힌다. 언어가 의미하는 진리의 영역을 제거하여 서술의 문제를 완전히 제거하는 수학적 진리와 달리, 철학적 진리는 방법으로부터 분리되지 않는다. 철학적 진리를 체계를 통해 포착하고자 했던 19세기의 시도는, 정작 진리가 체계 바깥에 위치한다는 문제에 봉착한다. 따라서 철학이 진리의 인식을 위한 매개적 안내서가 아닌 진리의 재현, 즉 진리에 대한 서술로서 자신의 형식을 갖추고자 한다면, 체계 속에서 형식을 선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형식에 도달하기 위해 연습해야 한다. 형식을 위한 연습은 철학이 새롭게 자신의 방향을 정하고자 했던 모든 시대마다 일종의 입문서의 형태로 등장했는데, 이러한 방식은 언제나 간명성이나 수학적 증명의 명료함에 도달하지 못하고 ‘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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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2018년 3월 13일
- 8분
독일 비애극의 원천 (1)
지난 화요일 이해란 무엇인가, 그것은 가능한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지요. 물론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파고 들어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이미 우리 각자는 직관적으로 그것이 가능하다, 혹은 가능하지 않다는 저마다의 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 물음을 논리적으로 엄밀하게 규정할수록 답은 점점 더 불가능에 가까워질 겁니다. 살면서 부딪혔던 수많은 오해와 실패의 장면들에 돌이켜 비춰본다면 더욱 그럴 테고요. 깊게 따져볼 것도 없이 완전한 이해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해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판정되었을 때,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앎과 이해에 관련한 물음은 질적으로 변전합니다. 가능할 수도 있고 불가능할 수도 있는, 혹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는 어떤 문제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것을 넘어, 실패가 예정된, 실은 무려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 물음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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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2018년 2월 4일
- 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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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들이 텍스트를 직물처럼 짜린 것으로 불렀던 것을 떠올렸을 때, 프루스트보다 그 짜임이 치밀하고 촘촘한 텍스트는 찾기 힘들다. 아무것도 그에게는 충분히 촘촘하고 지속적이지 않았다. 그의 작품을 출판하던 가스통 갈리마르는 교정쇄를 받아 읽던 프루스트의 버릇이 식자공들을 얼마나 절망에 빠뜨렸는지를 이야기한다. 프루스트에게 보내진 교정지는 늘 여백이 가득채워져 돌아오곤 했다. 그러나 오자는 하나도 고치지 않은 채였다.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모두 새로운 텍스트로 채워져 있었다. - 발터 벤야민, <프루스트의 이미지> #MarcelProust #WalterBenja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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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2017년 6월 24일
- 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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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가 유희로 시작했던 일은 숨막히게 진지한 일이 되어버렸다. 한번 기억이라는 부채를 펼치기 시작한 사람은 항상 새로운 마디와 부챗살을 그 안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 속에서 그가 발견한 그 무엇도 그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는 그 상들이 더 펼쳐질 수 있음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우리가 이 모든 것을 쪼개고 펼쳤던 이유는 바로 접힌 주름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어떤 고유한 것, 어떤 이미지, 어떤 맛, 어떤 촉감 때문이 아닌가. 이제 기억은 아주 작은 것으로, 아주 작은 것에서 아주 미세한 것으로 파고들어간다. 이와 같은 소우주 안에서 기억에 일어나는 일은 점점 더 대단한 힘을 발휘한다. 그것이 바로 프루스트가 관여했던 치명적인 유희였다. 프루스트는 이러한 유희의 동반자를 필요로 했을 때보다 그 유희를 이어갈 후계자를 찾을 때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 발터 벤야민, <베를린 연대기> #벤야민 #발터벤야민 #Wal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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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2017년 2월 11일
- 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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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는 직접 걸어가는가, 아니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위력을 보인다. 글 역시 그것을 읽는지 아니면 베껴 쓰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위력을 나타낸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사람은 자연 풍경 사이로 길이 어떻게 뚫려 있는지를 볼 수 있을 뿐이다. 그에게 길은 그 주변의 지형과 동일한 법칙에 따라 펼쳐진다. 길을 걸어가는 사람만이 그 길의 영향력을 경험한다. 비행기를 탄 사람에게는 그저 펼쳐진 평원으로만 보이는 지형이, 걸어서 가는 사람에게는 돌아서는 길목마다 먼 곳, 아름다운 전망을 볼 수 있는 곳, 숲 속의 빈터와 전경들이 펼쳐지는 길이 될 수 있다. 마치 전선에서 지휘관이 지형에 따라 군인들을 불러내듯이, 베껴 쓴 글만이 글에 몰두하는 사람의 영혼에 지시를 내린다. 글을 읽기만 하는 사람은 마치 원시림을 지나듯 글의 내부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풍경들을 알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다. 글을 읽는 사람은 몽상의 자유로운 공기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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