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놀라지 않는다
정리합시다. 고독에 대한 언급으로 블랑쇼는 이야기를 시작했지요. 릴케의 편지를 인용하면서, ‘완벽하게 밀폐된 과일 속에 있는 씨앗처럼 홀로 고독하게 있다'는 릴케의 고백을 다시 떠올려봅시다. 당연하게도 고독은 홀로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릴케가 작업의 고독을 이야기할 때, 블랑쇼는 릴케가 진짜로 혼자 있는 것인지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찾아내지요. 릴케는 혼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작업 속에서 작품과 함께 있는 것이다, 설령 그 작품이 아직 온전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릴케는 홀로 글쓰기에, 오직 글쓰기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그의 고백에 따르면 몇 주 간 거의 입도 열지 않은 채 글만 붙들고 있지요. 누가 봐도 고독한 작업이라고 할 만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블랑쇼의 생각은 다릅니다. 릴케는 작품과 함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작품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한정되지 않은 어떤 것이지요. 작품이 아직 한정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