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오니가 첫 소설을 쓴 것은 열한 살 때였다. 나중에야 깨달은 일이지만 그 작품은 대여섯 가지 옛날이야기를 모방했고 독자의 경외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통찰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한심한 수준의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 서투른 처녀작을 써내려가면서 브리오니는 상상력이야말로 수많은 비밀의 원천임을 알게 되었다. 일단 작품을 쓰기 시작하면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아야 했다. 상상에 근거하여 글을 쓰는 일은 너무나도 실험적이고, 비난받기 쉬우며, 민망한 일이었기 때문에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는 누구도 알게 할 수 없었다.

- 이언 매큐언, <속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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